
같은 도시, 같은 날짜를 두고 워싱턴과 테헤란이 정반대의 말을 쏟아낸다. 한쪽은 회담이 열린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만날 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중재자 카타르는 또렷한 선을 긋는다. "고위급 만남은 예정에 없다." 14개 조항으로 묶인 미국-이란 양해각서가 60일이라는 시한을 안고 표류하는 가운데, 도하의 협상 테이블은 실체보다 안개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두 나라는 왜 같은 회담을 두고 다른 말을 하는가.
60일 시한 속에 갇힌 신뢰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7일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에 서명하며 4월 휴전을 연장하고, 핵 프로그램 논의와 항구적 휴전 협상을 위한 60일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신뢰는 좀처럼 쌓이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상선 공격과 그에 대한 미국의 보복 타격, 이란의 쿠웨이트·바레인 내 미군 시설 대응 공격이 주말 사이 이어지며 합의의 토대 자체가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다시 도하로 시선을 돌렸다.
트럼프는 "중요할 수도" 카타르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도하에서 열릴 회담은 중요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볼 일이다"라는 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협상팀을 이끌고 도하로 향한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이란 간 고위급 회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 역시 자국 기술 대표단의 도하 방문이 미국 측 일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해각서 13조에 따라 최종 합의 협상이 시작되려면 먼저 1·4·5·10·11조가 발효돼야 한다며, 이번 방문은 그 기술적 후속 조치에 국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결 자산과 호르무즈,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
협상의 실질적 쟁점은 11조에 담긴 이란의 동결 자산 문제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카타르에 묶여 있던 120억 달러 동결 자산 가운데 60억 달러가 단계적으로 이란에 반환될 것이라며 이를 "이란 국민의 큰 승리"라 표현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전날 하루에만 선박 40척이 통과했고, 이 중 16척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했으며 12척은 신호를 끄거나 경로를 알 수 없는 상태로 항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레바논 공습 자제를 요구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미국이 이란과 레바논 전선을 사실상 연계해 다뤘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동시에 국경에 정예부대를 추가 배치하며 군사적 대비 태세도 늦추지 않았다.
회담이 열릴지조차 불확실한 도시에서, 두 나라는 각자의 언어로 같은 협상을 말하고 있다. 트럼프의 "중요할 수도 있다"라는 말은 희망과 경고를 동시에 품은 외교적 수사이며, 테헤란의 침묵은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동결 자산 60억 달러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배 한 척 한 척이, 거대한 지정학적 도박판 위의 패가 되어가고 있다. 도하의 모호함은 풀릴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충돌의 전조가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