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와 제도가 아닌 '사람의 언어'로 풀어낸 70편의 기록 전쟁의 기억부터 '제복 존중' 문화까지… "국방은 일상과 맞닿아 있다"
지난 7월 전남 장성군 포병전술훈련장.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폴란드군 장병들이 K9A1 자주포 사격 절차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18세기 말부터 120년 넘게 지도에서 사라진 적이 있던 나라, 1939년 독일과 소련의 협공으로 다시 조국을 잃었던 폴란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수차례 상실의 아픔을 겪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폴란드의 처지는 묘하게 닮아 있었다.
국방일보 최한영 기자의 신간 《당신이 미처 몰랐던 국방이야기》(어깨 위 망원경)는 이처럼 무심코 흘려보내기 쉬운 단신 뉴스 이면의 맥락을 짚어낸다. 저자는 딱딱한 무기 제원이나 안보 정책 대신, 그 속에서 숨 쉬는 '사람의 언어'로 국방을 이야기한다.
■ 전·후방 누빈 6년의 기록… 세 갈래로 엮어낸 '국방의 얼굴'
북한학을 전공하고 일간지 기자를 거쳐 2020년부터 국방일보에 몸담은 저자는 지난 6년간 전·후방 각지에서 썼던 70여 편의 칼럼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책은 크게 '기억', '헌신', '생각'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저자는 흔히 '어렵고 먼 이야기'로 치부되는 국방이 실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다. "군복이 존중받는 사회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의 원천"이라는 프롤로그의 문장에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환기하려는 저자의 집필 의도가 뚜렷하게 녹아 있다.
■ 잊혀진 이름들을 호명하다
1부 '기억'에서는 70여 년 만에 나란히 묻힌 형제의 사연부터 유엔군 참전용사, F-4 팬텀 전투기의 퇴역 등 굵직한 궤적들을 좇는다. 특히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 상병의 영결식을 다룬 대목이 눈길을 끈다. 외아들을 잃고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부모의 자필 편지를 인용하며, 직접 분향소를 찾지 못한 기자의 먹먹한 심정을 고백하듯 풀어냈다.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를 빌려 제2연평해전의 영웅 故 박동혁 병장을 다시 호명하는 장에서는, 의사의 글에 남겨진 군인의 흔적을 기자의 시선으로 재차 조명한다.
2부 '헌신'은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이들을 비춘다. 군인 가족, 해상초계기 승무원, 잠수요원,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을 비롯해 국경을 넘어 6·25전쟁 참전용사를 찾아낸 외교관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룬다. 故 김민기 전 학전 대표의 '뒷것(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이들)' 정신을 군 내부로 가져와 사유한 글도 인상적이다.
■ '제복 입은 시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온도
3부 '생각'은 군과 사회의 거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병장 월급 205만 원 시대, 부사관 처우 문제, 해병대 4군 체제 논의 등 민감한 현안을 짚는 한편, 제복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꼬집는다.
미국 하와이의 한 매장에서 군복 차림의 장교에게 앞줄의 시민들이 차례로 자리를 양보했다는 '제복 우선(Uniform First)' 일화와, 국내 한 방송에서 해군 대장 정복을 단순한 '튀는 의상'으로 입고 나온 가수의 사례를 대비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가 에필로그 첫머리에 적은 "군인도 사람이다"라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비판이 비난으로 변질될 때 군인 역시 상처받으며, 이는 곧 사기 저하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처럼, 군을 향해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는”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는 당부다.
우리가 누리는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은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제복 입은 사람들'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