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6

6. 돈이 없으면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6

 

 

6. 돈이 없으면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바깥의 찬 공기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따뜻한 것도 아니었다. 숨이 막히는 듯한 공기 속에서 엄마의 기침이 다시 이어졌다. 짧게 시작된 기침은 금세 깊어졌고, 몸 전체가 흔들릴 만큼 커졌다.

 

영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엄마, 조금만 참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온 말이었다. 참으라는 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쓸모없는 말이라도 하게 되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조용히 엄마의 등을 받쳐 주었다. 손길이 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망설임도 없었다. 필요한 만큼의 힘으로, 필요한 만큼만 움직였다.

 

기침이 조금 잦아들자, 그는 다시 청진기를 귀에 걸었다. 금속 부분을 손바닥으로 한 번 감쌌다. 앞에서도 보았던 동작이었다. 두 번째로 보니, 그것이 습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몸에 밴 것.

 

그리고 천천히 엄마의 가슴에 댔다.

 

영수는 숨을 죽였다.

 

방 안에는 세 사람의 숨소리만 남았다. 엄마의 거친 숨. 남자의 낮고 안정된 숨. 그리고 자신의, 너무 빠른 숨.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만으로도 상황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수는 그 표정을 읽으려 했다. 심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집중하는 표정인지.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어른의 얼굴은 아이에게 늘 번역이 필요했다.

 

남자는 청진기를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으로 옮겼다. 다시 왼쪽으로. 그리고 등 쪽으로.

 

그 움직임이 길게 느껴졌다.

 

영수는 손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동전들이 서로 부딪혔다. 그 작은 소리가 방 안에서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멈추었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 소리도 내고 싶지 않았다. 남자가 듣고 있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청진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엄마의 손목을 잡았다. 맥을 짚었다. 시간이 조금 길게 느껴졌다. 영수는 그 손끝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다렸다.

 

충분히 확인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폐에 염증이 있습니다."

 

영수는 그 말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다. 폐가 어디 있는지는 알았다. 숨 쉬는 곳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염증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다만 위험하다는 느낌은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태로 두면 더 나빠질 수 있어요."

 

그 다음 말은 더 분명했다.

 

더 나빠진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엄마가 지금보다 더 아파진다는 뜻. 지금보다 더 숨을 못 쉰다는 뜻. 어젯밤 새벽에 들렸던 그 끊어질 듯 이어지던 숨소리가, 더 짧아진다는 뜻.

 

영수의 가슴이 조여 왔다.

 

"병원으로 모셔야 합니다."

 

남자가 말했다. 이번에는 확실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고개 끄덕임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숨어 있었다.

 

어떻게.

 

그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엄마가 먼저 말했다.

 

"선생님, 저희가…."

 

목소리가 끊겼다. 기침 때문이 아니었다. 말이 스스로 멈춘 것이었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엄마도 알고 있었고, 영수도 알고 있었고, 아마 남자도 알고 있었다.

 

“돈이 없습니다.”

 

그 말은 방 안의 공기보다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끝까지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말해진 것 같았다. 이 방의 낡은 벽지가, 비어 있는 쌀독이, 떨어진 단추가 달린 영수의 외투가 이미 다 말하고 있었다.

 

영수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야 현실이 따라온 것 같았다. 병원에서, 그리고 이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이상하게도 돈 이야기가 없었다. 마치 그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넘어갔다. 하지만 결국 이 순간이 올 줄은 알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판단이 없었다. 비난도 없었다. 그저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눈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돈이 없으면…."

 

영수의 심장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결정이 내려질 것 같았다. 이제야 이 사람이 현실을 말할 것 같았다. 진찰은 해 주었으니 이제 나가도 된다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오라고. 그 말이 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은, 영수가 알고 있던 세계와는 전혀 달랐다.

 

"그래도 치료합니다."

 

짧은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어떤 조건도 없었다.

 

엄마는 눈을 감았다. 영수는 그 모습을 보았다. 감는 것이 안도인지, 참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살아온 세월 내내 돈 때문에 물러서야 했던 사람이, 지금 처음으로 그 벽 앞에서 물러서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

 

영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아픈데, 돈부터 따지는 건 순서가 아니에요."

 

남자는 조용히 덧붙였다. 그 말은 설명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기준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영수는 그 말을 들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무언가가 가슴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믿고 있던 규칙이 깨지고 있었다. 돈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 돈이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는 말. 돈이 없으면 포기해야 한다는 말. 그 모든 말이, 이 한 사람 앞에서는 힘을 잃고 있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수야."

 

"네."

 

"이불 조금 정리해 줄 수 있겠니?"

 

영수는 바로 움직였다. 손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엄마의 이불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남자는 가방에서 몇 가지 도구를 꺼냈다. 주사기와 약병이었다. 그는 능숙하게 준비했다. 그 손놀림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영수는 그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지금, 엄마를 살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데에, 돈은 아무런 조건이 되지 않았다.

 

주사를 놓기 전, 남자는 엄마에게 말했다.

 

"조금 따끔합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영수는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주사를 맞는 순간 미세하게 찡그려지는 이마.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엄마는 아파도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참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오래 참아 온 사람이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가슴을 아프게 했다.

 

주사가 끝나고, 남자는 다시 엄마를 살폈다.

 

"조금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계속 치료해야 합니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이해했다. 지금 해야 할 것. 그리고 그 다음 해야 할 것.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옮길 준비를 해야겠네요." 

 

그는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그 말은 이 집을 떠난다는 뜻이었다. 엄마를 데리고 병원으로 간다는 뜻이었다.

 

영수의 가슴이 다시 두근거렸다. 무서웠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해서 무서운 게 아니었다.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 시작은, 포기가 아니라 움직임이었다.

 

남자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뒤돌아보며 말했다.

 

"영수야."

 

"네."

 

"잘 왔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영수의 가슴 깊은 곳에 닿았다.

 

‘잘 왔다.’

 

그 말은,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을 인정해 주는 말처럼 들렸다. 문 앞에서 멈췄던 순간. 동전을 쥐고 망설였던 순간. 민호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던 순간. 엄마의 이마에 손을 얹고 혼자 두려워했던 밤들.

 

그 모든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날, 영수는 또 하나를 배웠다.

 

세상에는,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일을 당연하게 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사실이, 영수의 안에서 오래 남았다.

 

그러나 동시에, 영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돈을 받지 않으면 병원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이 사람은 밥은 먹을 수 있는 걸까. 이렇게 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누군가 고마워하면 뿌듯하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날에는 어떤 마음일까.

 

그 질문들은 아직 대답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떠오른 질문이었다.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을 바라본 첫 번째 순간이었다.

 

영수는 주머니 속 동전을 다시 만졌다.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문을 열기 위한 열쇠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한 조각 같았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06 08:53 수정 2026.05.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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